2019년 7월 4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불화수소, EUV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 품목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세 가지 모두 일본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다.

당시 업계는 패닉에 가까웠다. 재고가 3개월분밖에 없었고, 대체 공급원을 찾는 데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을 서둘러 제정했고,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공급망 구조의 근본적 문제

원재료: 일본 의존도 여전히 높아

2024년 기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불화수소 일본 의존도는 약 43%까지 떨어졌다. 2019년의 91.6%와 비교하면 큰 변화다. 하지만 EUV 포토레지스트는 여전히 85% 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한다. 스텔라케미파, JSR, TOK 등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다.

문제는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EUV 레지스트는 화학적 조성이 극도로 민감하고, 품질 검증에 12~18개월이 걸린다. 한국 기업들이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 수준의 품질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장비: ASML 독점 구조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장비인 EUV 노광기는 네덜란드 ASML이 전 세계 시장에서 100%를 점유한다. 대안은 없다. 삼성전자가 2023년에만 ASML로부터 EUV 장비를 20대 이상 인도받았는데, 대당 가격이 약 2,000억 원이다.

ASML에 대한 의존은 단순한 공급 리스크를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로도 작용한다. 미국과 네덜란드가 2023년 10월 대중국 수출 통제에 합의하면서, ASML은 중국으로의 EUV 장비 수출을 전면 중단했다. 만약 향후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 증설이 필요해진다면, 이 장비 수급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대

미국 CHIPS Act의 이중적 영향

2022년 8월 제정된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는 527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제공한다. 한국 기업도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수급 자격을 얻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입해 신규 팹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조지아주에 패키징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드레일 조항이 문제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설비를 증설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에 D램·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들의 증설이 제한되면, 장기적으로 한국 본사 설비로 물량을 이전해야 하는 압력이 생긴다.

중국 반격: 레어어스와 보복 관세

중국은 2023년 8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갈륨은 GaN(질화갈륨) 반도체의 핵심 원료로, 한국은 수입량의 약 70%를 중국에 의존한다. 2024년 12월에는 안티몬과 초경합금에 대한 수출 통제까지 확대했다.

중국의 보복은 더 노골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3년 기준 약 38%다. 만약 중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자국 기업에 한국산 제품 사용 자제를 권고한다면, 단기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공급망 취약점 정량 분석

우리는 한국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품목에 대해 HHI(허핀달-허슈만 지수)를 산출했다. HHI는 시장 집중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2,500 이상이면 '고집중'으로 분류한다.

품목주요 공급국HHI대체 소요 기간
EUV 포토레지스트일본 (85%)7,22512~18개월
불화수소일본 (43%), 대만 (22%)2,8096~9개월
EUV 노광기네덜란드 (100%)10,000대체 불가
갈륨중국 (70%), 독일 (15%)5,1259~12개월
실리콘 웨이퍼일본 (55%), 대만 (20%)3,4256~12개월

EUV 노광기와 EUV 포토레지스트는 HHI가 7,000을 초과한다. 사실상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갈륨도 중국의 수출 통제 리스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대체 공급원 확보가 시급하다.

대응 방향

단기적으로는 재고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 핵심 소재의 안전 재고를 현재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기적으로는 공급원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불화수소의 경우 대만과 중국 대체 공급원이 이미 확보되었지만, EUV 레지스트는 아직 돌파구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이 답이다.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소부장 국산화율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EUV 레지스트와 노광기 같은 초고난도 분야는 단순한 국산화 목표를 넘어, 기초 연구부터 시작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급망은 단순히 물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자산이다." — CSIS 반도체 공급망 보고서, 2023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제조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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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da Brown

수석 연구원, 한국 차세대 반도체 및 스마트 공급망 연구센터. 반도체 공급망 구조 분석과 지정학 리스크 평가를 전문으로 한다.

참고 문헌

  1. 한국무역협회, "반도체 소재·부품 수급 동향", 2024
  2. SIA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emiconductor Supply Chain Resilience", 2023
  3. 미국 상무부, "CHIPS for America Incentives Program", 2024
  4. CSIS, "Semiconductor Supply Chains and National Security", 2023